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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동아] “사귀다 헤어진 뒤 ‘학폭’으로 걸면 검찰 조사감…내 아이가 가해자될 수도” 이세환 학교폭력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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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동주 작성일24-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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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의 아주 오래된 소문이 될 거거든.” ‘더 글로리’ 속 ‘문동은’의 경고가 충분하지 않았던 걸까. 지난해 서울 소재 고교 학교폭력 심의 건수는 코로나19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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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글이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고등학생 딸을 학교폭력(학폭)으로 잃었다는 A 씨는 가해 학생에게 “잘 지내고 있어라. 내가 너무 늦지 않게 찾아가도록 하겠다”면서 “내 인생에서 이제 남은 건 내 딸을 죽음에 이르게 만든 사람들에게 남은 복수뿐”이라고 말했다. 가해 학생 어머니의 신고로 해당 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자 A 씨는 재차 글을 올렸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당신 딸의 학폭을 인정했고 당신이 경찰을 통해서 대신 용서를 빌고 싶다고 그랬다고 들었다. (하지만) 내 딸이 살아 돌아오지 않는 한 용서는 없다”며 “내가 살아 있길 바라야 할 거다. 내가 죽을 때는 혼자 안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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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더 글로리’ 열풍과 더불어 연일 유명인들의 학폭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학폭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졌다. 처벌도 갈수록 엄중해진다. 2026학년도 대학입시부터 학폭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 사항이 모든 전형에 의무적으로 반영된다. 학폭 가해 학생(체육특기생)은 경미한 사안에 해당하는 1호 처분(서면 사과)을 받더라도 대회 참가 등 학교 운동부 활동을 제한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폭이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종로학원이 학교알리미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서울 소재 고교의 학폭 심의 건수는 총 693건을 기록해 2022년보다 22건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최근 4년 동안 최고치다. ‘불량 학생’만 학폭에 연루되는 것도 아니다. 영재학교와 특목·자사고는 전년 42건(6.3%)에서 56건(8.1%)으로 증가했다. 특히 자사고는 전체 학폭 심의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8%(47건)로 2019년 이후 5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성화고·마이스터고는 244건(36.4%)에서 187건(27%)으로 줄었다.


아무리 자녀에게 관심 많은 부모라고 해도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까지 모두 알 수는 없기에 부모들의 불안도 높아진다. 대한변호사협회 공인 학교폭력전문변호사인 이세환 법무법인 동주 대표변호사는 “누구나 학폭 피해자가 될 수도 있고 가해자도 될 수 있다”며 “중요한 건 자녀가 학폭에 관해 솔직하게 터놓을 수 있도록 부모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환 변호사는 경기도화성오산교육지원청, 경기도수원교육지원청 등의 학폭위 전문가 위원 및 자문변호사를 거쳐 ‘청소년전담센터 내일Law’를 운영하는 1세대 학교폭력전문변호사다. 그를 만나 자녀가 학폭에 연루됐을 때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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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의 양상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합니다.
학교나 지역의 범주를 넘어선 학폭이 늘고 있습니다. 같은 학교에 다니거나 지역에 거주하지 않아도 SNS를 통해 알게 돼 괴롭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폭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도 특징입니다. 예전에는 물리적 폭력만 주로 학폭으로 다뤄졌다면 요즘은 과거엔 ‘장난’으로 치부된 것도 신고 대상이에요. 부모님 세대에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던 ‘아이스께끼(치마를 들추는 장난)’가 이제는 강제 추행으로 심각한 단계의 학폭에 해당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다른 지역 학생들 간의 괴롭힘도 학폭으로 성립되나요.

그럼요. 가해 학생이 누군지 특정된다면 피해 학생이 신고하면 교육청을 통해 가해 학생 측 학교에 연락이 갑니다. 교육청들이 공동으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를 열고 원격으로 조사를 진행하죠.


성별에 따라서도 학폭 양상이 다른가요.

남학생의 경우 신체 폭력이 많이 일어나는 반면 여학생의 경우 친한 친구였다가 멀어지는 과정에서 험담이나 따돌림이 발생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남녀 사이 발생하는 학폭은 연애 문제에서 비롯한 경우가 많습니다. 오죽하면 학폭 관련 전문가들이 “연애의 끝은 학폭”이라고 말할 정도죠. 연인끼리 다투다가 화가 나서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욕을 하는 것은 당연히 학폭으로 성립하고요. 헤어진 후 상대를 험담하고 다니는 것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별과 재결합을 반복하는 시기에 일어난 스킨십을 어떻게 해석할지가 첨예한 부분입니다. 상호 합의였는지, 원치 않은 관계였는지를 판단하기가 어려워서 학폭위뿐만 아니라 경찰, 검찰 그리고 가정법원에서도 고민이 많습니다.


성향이 맞지 않아 어울리지 않는 것과 의도적인 따돌림은 어떻게 구분하나요.

사실 직장인들도 직장 내에서 모두와 잘 지내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학생과 잘 맞지 않는 것 같아 거리를 두는 그 자체가 학폭이 될 수는 없죠. 학폭으로 처벌하는 따돌림의 의미는 남들에게 특정 학생과 어울리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일방적으로 배제된 학생이 험담이나 따돌림을 입증하는 과정이 어렵다는 것이죠. 학교폭력예방법에서 나열하는 학폭 유형 중 가장 인정받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따돌림이기도 합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특정 아이와 거리를 두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학부모들 사이의 관계가 악화해 자녀들의 관계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학부모들끼리 사이가 안 좋아져서 자녀에게 특정 아이랑 놀지 말라고 하는 것 자체는 학폭이 아닙니다. 그런데 자녀가 다른 친구들에게 “우리 엄마가 쟤랑 놀지 말라고 했어”라고 말하는 것은 학폭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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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알 수 있는 자녀의 학폭 피해 징후가 있나요.
등교를 피한다거나 우울감을 느끼는 것이 대표적이에요. 여학생의 경우 친한 친구들 사이 학폭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서 친구 관계를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부모에게 학교 일을 미주알고주알 얘기해서 파악하기가 그나마 쉽습니다. 하지만 사춘기가 되면 친구들에게는 얘기해도 부모에게는 말을 잘 하지 않는 경우가 많죠. 그럼에도 학폭의 정도가 심각하다면 아이의 행동과 말투에서 티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원래 말수가 적은 학생이라 하더라도 밥을 먹지 않거나 자해를 하는 식으로요. 결국은 부모님의 관심이 중요합니다. 가정에 따라 관심의 척도는 모두 다르겠지만, 최소한 아이의 감정이나 행동의 변화를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폭 피해 사실을 알게 되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증거 확보입니다. 학폭도 결국 법적 절차이기에 증거가 없으면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대표적인 증거로는 ‘메시지 증거’와 ‘인적 증거(목격자)’가 있습니다. 이 2가지가 가장 많이 확보할 수 있고 객관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증거이기에 확보하는 데 공을 들여야 합니다.

아이가 학폭위를 여는 것을 반대하고 조용히 넘어가고 싶어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원하지 않는데 부모의 욕심 때문에 학폭위를 여는 것은 만류하는 편입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피해 사실이 아이의 트라우마로 남을까 걱정되고 화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들끼리 상처를 주고받고, 갈등을 해소하는 것도 교육의 일부분입니다. 법원에서도 학교생활에서 발생하는 모든 갈등을 학폭이라 보고 있지 않고요.
똑같은 욕설도 폭력적인 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고, 친구들끼리 친근함의 표현으로 나눴을 수 있습니다. 그 맥락은 당사자가 제일 잘 압니다. 아이가 괜찮다고 하면 부모가 먼저 학폭위를 소집한다거나 고소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싸우다가도 다시 화해하고 친해지고는 합니다. 그런데 부모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학폭위 절차를 밟아버리면 다시는 관계를 개선할 수 없습니다. 아이가 먼저 부모에게 학폭에 관해 말하지 않았다면, 아이가 어느 정도 감수하고 학교생활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아이의 판단을 믿어줄 필요도 있습니다.


자녀가 학폭 ‘방관자’가 될까 봐 걱정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방관과 방조는 다릅니다. 방관은 학폭이 발생하는 것을 우연히 봤는데 제지하지 못한 의미로 해석됩니다. 방조는 가해 행위를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가해자를 옆에서 부추기거나 돕는 것입니다. ‘꼴좋다’는 식으로 말을 얹거나 폭력 상황에서 도망가지 못하게 막는 것도 방조입니다. 심지어 단체 메시지 방에서 비하 발언이 오갈 때 ‘ㅋㅋ’를 보낸 것도요. 다만 단체 메시지 방에 속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학폭으로 처벌받는 것은 어렵기는 합니다.


그러면 자녀가 학폭 상황을 목격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장 심각하고 급박한 상황이라면 경찰이나 선생님께 신고를 꼭 해야 합니다. 하지만 학급에서 특정 학생을 놀리는 등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피해 학생이 신고했을 때 증인이 돼주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피해 학생이 신고하고 그 상황에 누가 있었는지 말하면, 학폭 전담 조사관이 해당 학생을 증인으로 불러 조사하는데요. 이때 적극적으로 증언하는 것이 학폭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학폭위에서는 증인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진술을 했는지를 절대적으로 비밀에 부칩니다. 증인으로 나서는 것에 부담스러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요.
확보된 CCTV 영상에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을 주먹으로 일방적으로 때리는 장면이 찍혔어요. 그런데 가해 학생 부모는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더군요. 내심 ‘이 학생은 언젠가 또 학폭위에 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잘못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교정해줄 어른이 주변에 없으니까요. 자녀를 위한다고 한 행동이 결국 개선의 여지조차 없애버린 것이죠.

가해 징조를 알 방법이 있을까요.
집에서 과격한 행동을 하는 학생은 상당히 높은 확률로 친구들한테 더 심한 가해 행위를 합니다. 이미 부모님이 아이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냉정하게 말해서 소년원 등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집에서는 모범생처럼 잘하는데 밖에서 나쁜 짓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자기 아이 하나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친구 관계를 관심 있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부모는 자기 자식은 문제없는데 ‘나쁜’ 친구들 때문에 엇나갔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서로 몰려다니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걸 수도 있어요.
아이가 험하게 노는 친구들과 어울린다면 학원을 옮겨서 노는 무리를 바꾸거나, 가정법원에 오갈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면 아예 전학과 이사를 고려해야 합니다. 청소년 시기에 친구를 통해 받는 영향력은 어른들의 생각보다 더 큽니다. 특히 사춘기가 넘어가면 부모가 친구 관계에 관여하기 어려워지기에 초등학생 때부터 아이의 친구들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친구들끼리 놀 때 욕설, 특히 ‘패드립(패륜적 발언)’을 사용한다면 반드시 교정해줘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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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학폭 가해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실제로 가해를 했는지, 억울하게 신고당했는지 파악하는 것이 1순위입니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자녀와 진솔한 얘기를 나눠야 해요. 아이에게 묻는다면 당연히 ‘안 했다’는 답이 먼저 나올 겁니다. 이를 바로 믿지 말고, 그렇다면 상대 학생이 왜 신고했을지 등에 대해 깊이 있게 질문해야 합니다. 또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이 피해 학생을 쌍방 신고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때 아이 말을 듣고 피해 학생도 일부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무작정 신고해서는 안 됩니다. 쌍방 폭력이 아닌데 보복성으로 신고하면 반성하지 않는다고 해서 더 수위 높은 처분을 받을 우려가 있거든요.
만일 자녀가 정말 무고하다면 학폭이 아니라는 증거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고요. 가해한 게 맞다면 무조건 사과해야 합니다. 학폭으로 신고당하면 피해 학생 측과 접촉을 못 하므로 학폭 전담 선생님을 통해 사과 의사를 전달해야 해요.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합의를 시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녀 일을 객관적으로 생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려운 일이죠. 입장을 바꿔서 내 아이가 같은 방식으로 피해당했다고 하면 어떨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학폭 담당 선생님이나 교내 위(Wee) 클래스 상담 선생님, 변호사 등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을 정리해보는 과정도 필요해요. 아이가 가해 학생으로 지목됐다는 사실만으로 무작정 혼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나서서 “우리 애가 그랬을 리가 없다”며 감싸서도 안 돼요. 학생이 정말 가해자라면 본인도 학폭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거든요.

학폭에 연루된 자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누구도 가해자가 될 수 있고, 누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세상입니다. ‘우리 아이가 그럴 리 없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고요. 아이가 장난으로라도 누군가한테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아이가 누군가에게 상처받았을 때는 언제든 부모에게 말할 수 있도록 대화의 창을 열어둬야 하고요. 청소년기는 주변 어른들의 도움으로 반드시 변화할 수 있는 시기니까요.


#학폭 #학교폭력 #여성동아

사진 박해윤 기자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넷플릭스

학폭전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