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피릿|심층보도] 촉법소년, 법의 보호인가 책임의 공백인가

[심층보도]촉법소년, 법의 보호인가 책임의 공백인가
만 14세가 되지 않은 청소년은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 제도는 한편에서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설명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범죄의 ‘면죄부’라는 비판을 받는다. 최근 일부 청소년 강력 사건이 잇따라 알려지면서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요구도 정치권과 사회에서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처벌 강화가 실제로 범죄 억제 효과를 갖는지에 대해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뉴스피릿은 촉법소년 범죄의 현실과 이 제도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을 추적했다. [편집자 주]

[심층보도]1부 - 아이들이 저지른 범죄, 어디까지 책임을 물어야 하나
“만 14세가 안 되면 사람을 죽여도 감옥에 안 간다던데요?” 한 청소년이 친구에게 묻는다. 곧이어 돌아온 대답은 짧다. “당연하지. 우리는 촉법이잖아.”
온라인 영상 속에서 오간 대화다. 영상에는 경찰관을 향해 욕설을 하고 발로 차는 장면도 함께 담겨 있었다. 해당 영상이 퍼지면서 촉법소년 제도를 둘러싼 논쟁은 다시 불붙었다.
공권력을 향한 폭력, 또래 사이에서 벌어지는 집단 가해, 강력 사건까지 이어지는 일부 사례가 알려지면서 시민들 사이에서는 “현행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놀림이 부른 살인
2019년 경기도 구리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살인 사건은 촉법소년 논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당시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같은 반 친구를 흉기로 공격해 숨지게 했다. 범행의 직접적인 계기는 놀림이었다. 취재진이 사건이 발생했던 지역을 찾았지만 주민들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아이가 아이 때문에 살인 사건이 났다는 것 정도만 알아요. 다들 쉬쉬했어요.” 인근 주민의 말이다.
수사기관 역시 사건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사건을 맡은 경찰은 “당시 촉법소년 사건으로 송치된 것은 맞다. 다만 이후 상황은 개인정보 문제 때문에 확인해 주기 어렵다.”며 확인 요청을 거절했다.
사건의 결론은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이었다. 형사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 달라진 범죄 양상
청소년 범죄를 연구해 온 전문가들은 최근 범죄 양상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오윤성 교수(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는 청소년 범죄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단순 비행 수준이 아니라 죄질이 흉폭하고 잔혹한 사건들이 나타나고 있다. 사람을 죽여도 전과가 남지 않는 구조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소년 사건을 다뤄온 변호사들도 일부 사건의 잔혹성을 언급한다.
이세환 변호사(법무법인 동주)는 “청소년 사건 중에는 성인 범죄보다 더 심각한 경우도 있다. 여러 명이 피해자를 집단으로 가해하고 그 장면을 촬영해 퍼뜨리는 사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잘못된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 변호사는 “주변에서 ‘그 정도 해도 큰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범죄를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도 실제로 있다.”고 했다.

■ 시민들의 생각
촉법소년 제도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도 분명하게 갈렸다.
서울 도심에서 만난 시민 김현준(45·회사원) 씨는 “연령 하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이라도 사람을 죽이면 나쁜 일이라는 건 다 알지 않나. 어느 정도 책임은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처벌 강화가 해법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또 다른 시민 장민주(37·여) 씨는 “아이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를 먼저 봐야 한다. 처벌만 강화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여론은 분명히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청소년 범죄에 대한 분노와 함께 처벌 중심 정책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존재한다.
■ 촉법소년 논쟁의 출발점
현행법에서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 처벌 대신 소년법에 따른 절차를 거친다. 보호처분은 1호부터 10호까지 단계별로 나뉘며 사안이 중할 경우 소년원 송치가 내려질 수도 있다.
하지만 형사 처벌이 아니기 때문에 전과 기록은 남지 않는다. 이 점이 촉법소년 제도를 둘러싼 논쟁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범죄에 대한 책임을 어디까지 물어야 하는가. 아이들을 보호하는 제도와 사회 안전 사이에서 어떤 균형이 필요한가. 이 질문이 지금 한국 사회에서 다시 제기되고 있다.
출처 : 뉴스피릿(https://www.newsspir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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